오늘의일상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라시니 2022. 9. 14. 14:44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나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그런 날이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무언가 개운치 않은 그런 감정이 들더니 운전하는 내내,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기대하던 소식을 기다리지만 허무한 소식이 전해오고, 평탄한 줄 만 알았던 우리네 가정에도 속 뒤집어지는 상황이 오기도 하며, 환율은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크게 하락하고, 뭐든 기대하고는 반대로 돌아가는 상황들의 연속.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런 날은 온다. 

 

애써 지우려하면 할수록 생각나는 잔상들처럼 좋지 않은 것들은 스멀스멀 가만히 있을수록 생각나기 마련이다. 도망도 치고 싶지만 마음인지라 어디를 가더라도 따라가게 마련이다. 결국은 나와의 물러서지 않는 한판 대결을 해야 할 상황.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왜 한판 대결을 해야 하지? 접으면 없어지는 거 아닌가? 그러다가 최근에 본 문구 하나가 기억난다.

 

" 기대하지않는다. 미워하지 않는다. 애쓰지 않는다. "

사람이니, 일반이니 나 역시 똑같다. 그럼에도 그동안 읽은 책과 방송은 나의 정신 근육을 어느 정도는 벌크 업하였기에 저런 문구를 찾아내곤 한다. 법전을 다 외울 순 없지만 상황에 맞는 카테고리를 찾아서 바로 응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휘몰아치던 감정의 소용돌이를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하는 것은 고맙게도 그동안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함이다. 2년간 걸으면서 읽고, 듣은 내 마음의 양식들은 평소에는 그냥 자리 잡고 있지만, 감정의 비상상황에서는 역시나 5분 대기조처럼 출동해준다.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정말 가끔씩 와 주었으면 한다.